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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로서 마르크스(K.Marx, 1818~1883)는 사회현상을 분석하면서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틀로 접근하였습니다. 상부구조(Super structure)는 사회가 갖고 있는 정치적, 철학적, 종교적, 각종 제도 등 많은 요인을 포함하여, 이것들은 통칭 사회 전체의 문화 또는 양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부구조(infra structure)는 사회의 경제적 생산양식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이 중에서 상부구조가 사회변동의 핵심 요인이 아니고, 오히려 상부구조는 하부구조의 변동에 따른 종속적인 위치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부구조가 어떻게 변동하느냐에 따라 상부구조의 내용이 달라진다는 설명입니다. 즉, 사회의 경제적 생산양식은 그 사회의 정치, 사상, 종교 및 제도 등을 결정짓는 데 결정적인 독립변수로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상부구조 하부구조의 틀로 사회학을 바라본 마르크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틀로 본 사회학자 : 마르크스 역사 발전 단계론
마르크스는 인류사회의 역사적 변동을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단계는 원시공동체제사회로서, 이때는 주로 사냥해서 연명하고 있었고, 사냥 과정에서 많이 기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불평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집단의 통합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씨족의 우두머리 또는 제사장을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평등한 공동 분배를 추구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체제로서 원시공동사회체제가 나오게 되었고, 이것은 하부구조인 원시공동생산경제양식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둘째 단계는 고대노예체제사회로서, 노예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생산관계가 형성되고, 이에 기초한 상부구조가 출현한 것이 고대 노예사회 체제였습니다. 노예를 사유재산으로 인식하면서 노예를 매매할 때의 규칙, 노예 관리 방법 등 여러 가지 제도가 필요했고, 노예를 생산수단으로 인식하는 사상도 형성되어야 하는 등 고대 노예 사회체제의 상부구조가 성립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부구조의 변화가 상부구조의 변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셋째 단계는 중세봉건체제사회로서, 농노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생산관계가 형성되고, 이에 기초한 상부구조가 출현한 것이 중세 봉건사회 체제였습니다. 왕 밑에 영주들은 장원이라는 많은 농토를 갖고 있으면서 그 안에서 농노들을 활용하여 농산물을 생산하였다. 농노는 일정한 세금을 영주에게 바치고 남은 것으로 생활하는 과거 노예보다는 나은 조건이었습니다. 새로운 생산관계인 농노의 출현으로 상부구조 또한 이에 맞는 형태로 전환된 것이었습니다.
넷째 단계는 근대자본주의체제사회로서, 임금노동자에 기초한 경제적 생산관계가 형성되고, 상부구조 또한 이에 맞게끔 자본주의체제로 변모하였습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수많은 공장이 들어서며 자본가들과 프롤레타리아 노동자들이 등장하면서 임금 노동자가 새로운 경제적 생산관계를 형성하였습니다. 자본주의체제의 상부구조는 임금노동자라는 새로운 형태의 하부구조의 등장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다섯째 단계는 공산주의체제사회로서, 자본주의체제가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 계급 갈등으로 무너진 후, 노동자들이 경제적 생산수단인 기계설비 등을 공동으로 공유하며, 필요한 만큼의 상품생산을 하게 되는 하부구조가 형성됩니다. 이러한 하부구조로 인해 상부구조 역시 더 이상 자본주의체제가 필요치 않게 되고 새로운 공산주의체제사회가 등장합니다.
이러한 각 단계의 형성은 새로운 사회적 생산양식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생산양식은 물질적 생산수단인 생산력과 생산관계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생산력이란 인간의 노동, 기계, 기술 등을 의미하며, 생산관계는 생산 활동을 둘러싼 인간 간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가령 봉건사회체제에서 영주와 소작인 간의 고용관계나 자본주의체제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고용관계 등이 이에 속합니다. 결과적으로 생산력이나 생산관계는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이들의 변화는 생산양식의 변화를 가져오며, 생산양식의 변화는 역사 발전의 새로운 단계를 가져온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이론의 핵심입니다.
마르크스가 인류 역사를 이와 같은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로 구분하여 분석한 것은 새로운 접근법이며 나름대로 의미가 큰 이론입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현실 적용 면에서는 적지 않은 오류와 비판에 부닥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인류역사변동은 원시공산주의 --> 고대 노예제 --> 중세 봉건제 --> 근대 자본주의 형태로 전개되어 왔는데, 실제로 이런 과정을 거친 지역은 유럽 지역 정도이며,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에서는 이와 같은 과정을 적용하기가 곤란합니다. 예를 들면 중국의 봉건제도는 진시황 아니면 늦어도 한나라 무제 때 군현제도에 의해 대체되었고, 한국의 경우도 고려시대에 들어서면서 군현제도가 정착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즉, 이들 지역에서는 농노제나 이와 비슷한 어떤 사회구조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동양에서 농노제에 관한 문헌 기록도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설령 농노제가 존재했다 하더라고 역사적인 시기로 여겨질 만큼의 기간은 아니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마르크스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 관한 이론은 전 인류 역사에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모순과 공산주의
마르크스는 이러한 역사변동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자본주의체제의 모순과 공산주의체제의 도래를 강력히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자본주의체제의 모든 가치는 노동자의 노동을 통해서만 나오며, 자본주의의 기반은 프롤레타리아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자본주의하에서 자본가는 프롤레타리아의 노동 없이는 어떤 상품도 생산하지 못하고 자본을 늘리거나 이익을 만들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여기에서 자본가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프롤레타리아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까닭에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팔아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이런 이유로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는 일종의 협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노동력 제공에 따른 임금지급 계약을 합니다.
그는 이와 같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약은 상당히 불공정하게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임금액수도 노동자의 가족이 최저생활을 할 정도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며, 그 대가로 노동자는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제공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관계는 얼핏 평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본가는 대부분을 차지하고 노동자는 겨우 살아남을 정도의 임금만 지급받으며, 더욱이 자본가야말로 진정한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가 말한 착취는, 자본주의체제하에서 자본가가 많은 것을 소유하고 프롤레타리아는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몫만 배분받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그런데도 실제 모든 가치는 노동으로부터 나오고, 노동자는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을 담당하는 데 반해, 자본가는 노동가 거리가 먼 투자, 경영, 기획만을 하면서도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간다고 믿었습니다.
마르크스의 논리에 의하면, 자본가는 자신들의 영리함과 자본조달, 시장조작 등의 활동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이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노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자 또한 본인들이 착취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본인의 노동력 제공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자본가와 노동자 모두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관계를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허위의식은 자본주의하에서 자본가와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서로의 관계에 대한,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많이 착취당하고 곤궁해지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착취상황의 실태를 알게 되고, 자본주의하에서의 계급관계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프롤레타리아는 계급의식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자본가들은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여기에서 계급의식은 자본주의하에서 일어나는 허위의식을 극복하고 자본주의 체계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프롤레타리아의 계급의 능력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진행될수록 프롤레타리아 숫자는 증가합니다. 그 이유는 자본가끼리 치열하게 경쟁을 한 나머지, 경쟁에서 탈락한 자본가는 프롤레타리아로 전락하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자본가 숫자는 줄어들고 프롤레타리아 수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점점 늘어난 노동자층은 결국 자본주의체제의 모순을 인식하고 계급의식으로 무장한 후, 폭력으로든 아니면 거의 폭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적은 수의 자본가를 타도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프롤레타리아의 실천만이 자본주의체제를 무너뜨리고 공산주의체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으며, 폭력 등 실질적인 실천이 선행되지 않고 저절로 자본주의 체제가 몰락하기를 기다리면 안 된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믿음이었습니다.
자본주의와 인간소외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체제의 모순과 관련하여 노동자의 소외된 면을 지적하였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가 생산 활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게 하며, 자본가들에 의해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에 노동자들은 분업이라는 틀 안에서 상품생산의 공정 설비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탓에 자신이 기여한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직 생산 라인의 일부분에 매달린 채 작업을 하게 되고, 따라서 자신이 만드는 상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됩니다. 자신의 작업 수행이 전체 업무 과정과 어떻게 연결되며 최종 생산물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작업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서로 함께 작업을 하지만, 실제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외롭게 혼자 반복적으로 행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가득하긴 하지만 모두가 이방인들처럼 각자 업무만을 수행합니다.
여기에 자본가는 한술 더 떠서 노동자들에게 성과급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작업량의 표준을 정해 놓고, 표준량보다 일을 많이 한 사람은 임금을 더 주고, 적게 한 사람은 임금을 덜 주는 방식으로 노동자의 경쟁을 유도합니다. 노동자는 상호 협력적인 업무 수행이 아니라 처절한 생존 경쟁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원자로 분리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동자는 존엄한 주체적 인간이 아닌 하나의 기계의 부품처럼 작업 과정의 일부가 되어갑니다. 그런 까닭에 노동자는 본인의 생산 활동, 생산한 상품들,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함께한 동료들 및 본인의 잠재적 가능성 등 많은 상호 연관성을 대부분 파괴당하고 노동자는 그러한 것들에게서 소외당하게 됩니다.
마르크스는 이와 같은 자본주의체제의 모순을 갈파하면서 공산주의의 도래를 위해 프롤레타리아의 단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체제가 가지고 있는 물질적 생산관계가 내부적으로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타파할 능력은 오직 노동자에게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의 논리는 한 사회의 경제적인 힘 내지 생산양식은 다른 모든 분야에 변화를 일으켜 역사가 변화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주장은 오늘의 인류현실에 적중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특히 공산주의체제를 표방한 소련과 동유럽의 몰락 등은 그의 주장의 비현실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문적으로 볼 때, 사회변동, 사회계급 등 여러 가지 시각에서 사회를 분석하고 새로운 사회학 접근의 지평을 열어준 점은 매우 고무적이고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회학자 마르크스는 사회를 "기반" (경제 체제)과 "상부 구조" (제도, 문화, 이데올로기)로 해석했습니다. 그는 경제적 기반은 생산 관계에 의해 주도되며, 법, 정치, 종교, 문화와 같은 상부 구조를 형성한다고 봤습니다. 경제적 조건이 사회 구조를 결정하며, 기반의 변화가 상부 구조의 변화를 이끌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계급 투쟁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지배 계급은 생산 수단을 통제하여 권력을 유지하며, 결과적으로 계급 간의 갈등이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이념은 마르크스의 사회 변화 분석과 자본주의 사회 내 내재된 긴장을 형성하는 근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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