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10. 17.

    by. 리기자 사회학

    어떤 사회를 알기 위해서 가장 처음으로 접근하는 부분은 아마 문화일 것입니다. 문화는 그 사회의 개인과 집단의 행위 양식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으며,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사회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늘은 현대사회에 있어서 문화의 의마와 특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문화의 의미와 특성
    문화의 의미와 특성

    문화의 의미

    인간 생활에는 문화적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는 것과 같은 극히 일상적인 일도 문화의 영향권에 들어 있습니다. 한국인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하여 식사하지만, 미국인은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하여 식사합니다. 식사의 내용물도 문화에 따라 다릅니다. 한국인은 쌀로 만든 밥을 주식으로 하지만 미국인은 밀가루로 만든 빵을 주식으로 합니다. 이렇듯 사소한 일상이라 할지라도 해당 문화의 내용이 어떠한가에 따라 생활방식과 내용이 달라지면, 그 이면에는 문화의 작용이 있습니다.


    문화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는 집단행위 양식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이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사회 내의 각 층에 따라서 문화가 다시 세분됩니다. 다시 말해 사회 내의 노인, 중장년, 청소년, 어린이 등 각 층에 따라서 문화의 내용이 달라집니다. 또한 같은 계층 내에서도 남녀 성별로 문화가 달라지기도 하며, 세분된 그룹별로 문화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는 큰 사회의 유지만이 아니라 작은 그룹을 유지하기 위한 나름의 존속 장치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는 개인뿐 아니라 작은 집단, 보다 큰 조직, 지역사회, 국가까지도 영향을 미치며 강력한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만약 기존문화가 무너지게 되면 신문화가 이를 완전히 대체할 때까지 사회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런 후에 사회는 점차 안정을 되찾고 신문화는 사회의 새로운 존속 장치로 자리매김합니다. 

     

    문화의 개념

    문화는 인간이 모여 사는 곳이면 어디에든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문화가 한 사회의 인간 삶의 지표로서 인간이 그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사회 내 구성원의 특성을 규정해 줄 뿐만 아니라 사회와 사회 간을 구별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문화는 사회 내의 구성원을 특징 지워주고, 구성원이 속한 사회와 다른 사회와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자마다 문화에 대해 많은 개념 정의를 내고 있는데, 영국의 인류학자인 타일러는, "문화 또는 문명은 구성원으로서 인간이 습득한 지식, 믿음, 예술, 도덕, 법, 관습, 기타 모든 능력과 습관을 다 포함하는 복합적인 총체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문화를 일반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문화는 인간 행동을 총체적으로 포함하여 인간 행동들이 모여 이루어진 일종의 생활양식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모여 살게 되면 여러 가지 갈등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문화는 이러한 갈등을 최소화하는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문화의 지침 아래 인간 행동이 이루어진다면 사회는 질서가 자리 잡고 비로소 공동체의 틀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는 사회라는 그릇에 담긴 내용물이라고 하며, 사회의 틀 안에서 담긴 문화라는 내용물에 따라 그 사회의 특징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사회 내의 구성원들은 각자의 생각과 의견대로 움직이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본능대로 움직이면 사회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구성원들 사이에 어떤 공통의 이해를 가져올 수단이 필요한데, 문화는 공통의 이해를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문화라는 기준을 정해놓고 구성원들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개인 각자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하나로 엮어주게 됩니다. 이러한 통일된 틀 안에서 사회가 유지되고 인간은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삶을 영위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는 사회구성원에게 공동의 틀을 제공해 주며 사회를 유지가능하게 하는 삶의 양식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문화는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이며 사회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공통의 틀을 제공하면서 개개인의 사상과 행동을 하나로 결속시켜 주는 촉매제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의 특성

    문화는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에서 중요한 몇 가지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문화는 인간이 만들어 낸 창조물입니다. 태초에 인간이 서로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음식물의 분배 및 사냥의 역할 분담 등 아주 원시적인 형태의 문화가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문화의 형태도 다양하고 복잡해졌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문화는 인간 생활에 깊숙이 관여하고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은 어디든지 문화의 지침이 형성되었습니다.


    둘째, 문화는 상징을 매개로 하여 축적되었습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언어나 문자, 제스처 같은 상징이라는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문자로 기록할 수 없었던 시대에도 문화는 존재할 수밖에 없었고, 그 시기에는 언어나 몸짓 등 상징적 수단을 이용해서 문화를 만들고 축적하였습니다. 문자가 발명된 이후에는 보다 수월하게 문화를 기록하고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문화는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인간에게 자연환경의 변화는 유리한 면보다는 불리한 면이 많습니다. 화재나 지진, 태풍, 홍수 등 많은 자연환경의 변화는 인간에게 협력과 강력한 의지를 요구하였습니다. 인간은 이러한 척박한 자연환경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단결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넷째, 문화는 협력 노동의 과정에서 생겨났습니다. 밭갈이나 논농사와 같은 농업, 또는 짐승을 사냥할 경우도 협동적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하며 문화가 생겨납니다. 심지어 다른 부족과의 전투에서조차 구성원 간의 협력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 또한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다섯째, 문화는 사회 구성원 간의 공유된 의식입니다. 개인 혼자만의 생각과 행동은 문화로 간주할 수 없지만, 이것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면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하여 공유하게 된다면 사회문화로서의 위치가 확고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들끼리의 상징적 수단을 통해 공유된 의식이 확산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여섯째, 문화는 학습되고 전승됩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문화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타인에 의해 문화를 배워야 비로소 사회 구성원의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앞의 세대가 후의 세대에게 문화를 알려주고 배우는 과정에서 문화는 학습되고 전승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는 세대 간의 끈을 이어주는 중요한 가교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문화가 존재하지 않으면 사회의 존립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일곱째, 문화는 보편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회 유지를 위해 문화가 필요하다고 해도 사회 내의 소그룹이나 하위 조직은 나름의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 전체적인 면에서 적용되는 문화와 각각의 그룹에 적용되는 문화가 동시에 공존하는 셈입니다. 다만 사회 전체적인 보편적 문화가 하위 조직의 문화보다 우선시됨은 당연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작은 조직의 존립보다는 큰 사회조직의 존립이 더 중요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적용되는 문화가 우선시됩니다. 이것은 하위 조직의 문화가 보다 큰 사회의 존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때, 하위 조직의 문화는 변화되거나 강제로 해체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 사회에서 공산당 추종의 조직이 존재하여 그들만의 공산당 문화를 구축할 경우, 이는 한국 민주주의 사회 존립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문화이며, 따라서 공산당 문화가 제거되거나 다른 면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덟째, 문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가미되면서 변화합니다. 기존의 문화가 오래도록 유지되는 면도 있지만, 대부분의 문화는 과거의 문화에 새로운 것을 첨가하여 조금씩 변화시키는 특성이 있습니다. 오늘날 핸드폰 문화도 이와 같은 예입니다. 기존의 핸드폰 기능에 새로운 기능을 조금씩 점차 새로운 문화로 변모시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화는 새로운 부분을 첨가하면서 변화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급격하게 변모하는 문화도 존재합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의 사건 등으로 새로운 문화가 순식간에 형성되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결과적으로 문화는 어느 사회든 존속을 위한 필수적 장치이며, 사람들은 해당 문화의 틀 안에서 나름의 생활방식을 찾고 적응하며 삶을 영위합니다. 문화가 어떠하냐에 따라 각종 제도의 운영방향도 달라질 수 있으며, 나아가 사회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